들어가며,
다 읽어 내었다
오랜만에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을 읽어낸것이 정말 오랜만이다.
이것만으로도 뭔가 해냈다는 느낌을 받..
받기는 뭘 받아.
소설에 제목보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이름이 더 크게 실려있는
이 기이한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줄거리
17세 고등학생인 그는 16세인 소녀를 우연히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만나게 된다. 그와 소녀는 서로 우연한 계기로 대화를 하게 되고 대화가 잘 통하고 글쓰기가 취미인 둘은 서로 사귀기로 한다.
둘은 그 나이때 특성상(?) 또 물리적인 거리도 있어 자주 만나긴 어려웠지만 편지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마음을 차츰 키워가게 된다. (이것은 사랑?!)
그렇게 가끔 만나고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키워가던 중 , 소녀는
현재 여기에 존재하는 자신이 그림자이고 진짜 자신은 다른곳에 있다는 의미심장하고 알수 없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소녀가 갈망하는 혹은 꾸는 꿈의 도시가 이야기의 주가 되어 소녀는 그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는 그 도시를 기록하며 구체화시킨다. 그러던 중 소녀가 어느날 그의 인생에서 증발하듯 사라진다.
편지와 가끔 만나던 사이였고 사귀던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둘다 고등학생이라는 여러가지 제약때문에
(그는 소녀의 집 전화번호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구체적인 그니까 현실적인 정보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것이였다)
결국 연락이 끊기고, 마지막으로 남긴 소녀의 이야기들 편지로, 대화로 전한 그 도시에 대한 정보만 남은채 그의 인생에서 사라진다.
갑자기 사라진 소녀로 인해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절망에 빠지게 되고,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 그는 관망?하며 살아가게 된다.
마치 인생의 모든 것이 그 소녀의 사라짐으로 인해 이미 정해진 것처럼... 흘러가는 대로
어찌저찌 대학교를 졸업하고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던 것을 발판 삼아 출판업계에서 종사하게 되고, 출판사에서 책의 유통관련 일을 하며 승진도 하다 마흔중반이 되어 어떤 계기로 그렇게 소녀가 갈망하고 그가 기록으로 실현시켰던 그 도시에 들어가게 된다.
그 도시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도시의 시계탑에는 바늘이 없으며, 단각수들과 몇몇의 나이든 주민만이 사는 회색빛 도시였다.
그 도시에서 그는 도서관에서 16살의 그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꿈 읽는 이로 임무(?)를 맡아 생활하게 되는데...
다시 우연한 기회로 그는 그 도시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소도시의 도서관의 관장자리에 취직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전임 관장이였던 고야즈, 옐로서브마린소년, 카페여사장 등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한번 그 도시와의 접점을 만들어 가게 되는데...
나의 감상평
이 소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처음 들었던 느낌은 장자의 나비꿈 이었다.
내가 나비 인지 나비가 나인지..
그만큼 소설에서는 현실세계와 꿈속 세계(?) 즉 그림자를 떼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세계의 나 모두가 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니가 내가 될수 있고 내가 니가 될수 있었던~~~~
이소설은 하루키가 서른 중반에 집필하던 소설을 현재 일흔이 된 나이에 다시 집필해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라고 했다.
책 자체 표지부터 하루키가 먼저인지 소설의 내용이 뭔지 헷갈리는 느낌이었는데
표지에 제목인 도시와 불확실한 벽이 먼저 잘 보이는게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 라는 작가의 이름부터 크게 나와 있는 모습이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았다. 또 한편으로는 소설의 내용처럼 어쩌면 이 소설이 하루키이고 하루키가 그 소설이라는 어떤 상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초반 1부는 너무 몽롱하고 묘해서 계속 물음표를 머리에 품으면서 읽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거지?
물론 술술 잘 읽히긴 했지만, 응? 엥? 이런 의문들이 많이 들었다.
특히, 그 소녀를 17세에 만나서 사랑을 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해서 일까? 그의 몇십년을 걸쳐 품고있는 순애보가 좀 이해가 안되었달까?
그의 인생 송두리째 그냥저냥 살아가면서 그 소녀의 잔상만을 쫓는게 과연 맞는 인생인걸까?
물론 강렬하게 애뜻하게 절절할수는 있지만, 그의 모든 선택이 그 소녀만을 위해서 가는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부분들이 이해가 안된채로 이야기에 감정을 싣기가 쉽지 않아 중간중간 때려치고 싶었지만, 어쨌든 시작은 했기때문에 끝까지 읽었다.
그나마 2부~3부에서 그가 관장으로 취임을 하고 난 후의 이야기들은 전반부에 비해 흥미있게 읽었다.
특히 주인공인 그, 그리고 비중있는 조연인 소녀에 비해 전임 관장인 고야즈나 옐로서브마린 소년의 서사가 비중있고 자세하게 다루어져 감정을 이입하기 쉬워서 그랬던게 아닐까 싶다.
심지어 고야즈의 이야기는 너무 생생하게 다가와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정도였으니..
거장(?)답게 막힘없이 술술 익히고, 중간중간 그럴듯한 표현들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해가 가지않는 그의 의식의 흐름에 의한 이야기, 주인공인 그의 절절한 소녀에 대한 애뜻한 순애보가 전혀 와닿지 않아서 700페이지나 되는 이 소설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 뜬구름만 잡았지 전혀 모르겠다는게 책을 읽은 소감이다.
여담
- 옐로서브마린 소년의 요트파카가 왠지 노티카 제품과 비슷할것 같은데 구매가 가능하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함.
- 이름없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째즈 넘버들은 몇곡 내 플레이 리스트에 넣었다. 폴 데스먼드 , 제리멀리건 등
- 신기한게 가끔 모든게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여기서도 '꿈' 이 어떤 중요한 매게로 나오는 것. 사실 요즘 꿈을 꾸는데 너무 생생하게 꾸기도 하고, 내가 소망하던 것들이 꿈에 나오기도, 혹은 좋은 징조의 꿈들도 많이 꿔서 뭔가 이 소설을 선택한것 역시 필연적이 아니였나 생각이 들었다.
- 하루키는 유명하긴 하지만 '해변의 카프카' 이외에는 시도했다가 다 중간에 덮어버렸어서 잘 맞는다 아니다고 당장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소설로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 사과향이 나는 목재. 사과향이 나는 연기는 과연 어떤 향일까. // 소녀가 끓여다 준 약초차와 고야즈의 홍차는 어떤 맛일까? // 그 카페의 블루베리 머핀은 대체 어떤 맛일까?
- 고양이도 개도 없는 단각수만 있는 세상에서 난 살수 있을까?
- 트위드 자켓, 벅스킨로퍼, 랩스커트... 읽다가 검색해보게 되는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패션. 오히려 이렇게 세세한 묘사가 그 사람을 더 잘 상상하게 해주었다. 특히 고야즈의 옷차림은 오늘은 남색 베레모에 트위드자켓, 체크무늬 랩스커트 차림이었다. 이런식으로.
- 예전부터 일본소설들의 묘사가 좋았던게 아주 세세하고 세밀했던 부분이었다. 풍경의 묘사나 그날의 분위기. 그날 입은 옷, 그날 먹은 것에 대한. 마치 임성한 드라마 같기도 하네..
- 사랑에 대한 이야기. 위에서 그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약간 이해못한다고 쓰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져야 할 궁극적인 결론은 사랑이 아닐까 한다. 사랑에 대한 사랑에 의한 사랑을 하는 그런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하루키의 그 본질을 공감하고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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