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저 하늘에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두근거리네
나 어려서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
나 늙어서도 그러하리
그렇지 않을시에는 나의 목숨 거둬가기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건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영국의 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라는 시다. 장영희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저 구절이 너무 절절히 마음에 남아 기억하고 있는 시이다. 아마도 어린이들은 그만큼 어른들에게 잊고 있던 그 무언가들을 기억나게 하고 어쩌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다른이야기인데 왜 아버지인가, 어머니 일수도 있는데..)
오늘은 어린이날이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라는 단어를 공식화 하고 최초의 어린이날을 선포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그런 어린이날에 걸맞게, 아님 운이 좋게도 나는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어린이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날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작은 꿈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되면서 당연히 나는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할것이고, 그렇게 될것이라는 희망과 꿈. 근데 현실은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았다. 사회복지전공의 일 중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굉장히 한정적이였고, 그런 일을 선택하기엔 나는 너무 세상에 찌들어 있었다. 결국 항상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할것이고 그렇게 될것이라는 쉽게 무너질 나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나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 후회를 하는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어린이날에 어린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예전의 나의 꿈이 떠올랐다.
줄거리 및 글귀
'어린이라는 세계'는 김소영 작가라는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선생님이 어린이들과 만나면서 얽히고 섥혀가며 경험하고 함께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혹은 작가의, 혹은 나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어렸을때 기다려주는 어른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어린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 더 큰 이유는 어린이들이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두려워서다.
어른들의 말과 뜻을 거스르지 않는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할때가 더 많은것 같다. 그러니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하는 건
너무 위계적인 표현 아닌가'
'어른인 내가 할 일은 '착한 어린이'가 마음놓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무서운 것들이 어린이의 어떤면을 자라게 한다.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해줄 일은 무서운 대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주할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기억에 남았던 구절들을 옮겨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만나는 많은 어린이들을 통해 순간순간 그 어린이들의 마음 하나하나 단어하나하나 행동하나하나 모든것에 놀라고 감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어린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어린이들의 행동과 말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고 귀엽게 느껴졌다. 글로만 만나는대도 이렇게 에너지를 얻는 느낌인데 직접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작가님이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존중, 대할때의 조심스럽고 배려있는 태도 등도 책에서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동의하는 부분은 어린이들에게는 어른들이 환경이고 세계이기때문에 어린이가 그 세계안에서 잘 자랄수 있도록 마음껏 뛰어놀수 있도록 안전하게 자랄수 있도록 '호밀밭의 파수꾼' 처럼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어른들이 말이다.
나의 감상평
우리는 모두가 어린이라는 시절을 지나와서 이렇게 어른이 되었다. 근데 요즘은 어떤일에 초보자이고 서투를 경우 '~린이' 라는 단어로 부르는 것을 왕왕 볼수 있다. 어린이가 물론 서투르고 미숙할 수는 있다. 근데 성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고 낙인 찍고 어린이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단어로 소비되는 것이 안타깝다. 지양해야할 표현이다. 또, 많은 가게들이 노키즈존을 선언하고 어린이들을 출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여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사를 찾아보니 전국에 40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위험하게 뛰어 다니거나 시끄럽게 하거나 작은 소란을 피우는 것은 불편하고 신경쓰이지만, 원래 그나이때의 어린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럴때 어른들이 이 세계에서 함께 살아갈 구성원인 어린이들에게 잘 가르쳐주고 기다려주면 어린이들은 그것을 분명히 따라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 어린이들이 이렇게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는 것도 어른들인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렇게 출입제한을 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어린이들이 자라서 또 다른 제한을 만들지는 않을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그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때 우리가 그 제한의 어떤 구성원이 되어 있을 수 있다. 노시니어존의 혜택을 받고 싶은것인가.
물론, 이렇게 차별을 받는 와중에서도 목소리를 내주기도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게, 최근 맥도날드의 광고가 그랬다. 맥도날드는 해피밀이라는 어린이 메뉴가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어린이가 그래도 주고객층이라 그런지 '맥도날드는 yes키즈존' 이라는 카피를 내걸고 광고를 시작했다. 나도 노키즈존이 처음 몇군데 있을때는 별 생각이 없고, 아무래도 어린이들이 뛰고 장난치다 음식을 엎거나 이런것들을 본적이 있어 아무렇지 않게 넘겼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일들을 어린이들만 하는가, 오히려 술에 취하거나 싸움에 취하거나 자기에 취한 어른놈들이 더 깽판을 치면 깽판을 치지 어린이들은 오히려 잘 타이르고 잘 가르쳐주면 품위를 지킬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어른인간들이 문제야. 문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하루였다. 어린이와 함께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며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하는 어른이 되어 가기를 기도한다. 어느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중학생 쯤 되보이는 아이를 마주친적이 있다. 나는 그냥 윗집 사는 아이인가보다 하고 넘기는데 그 아이가 대뜸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사실 최근에 모르는 사람끼리 또 같은 건물에 살아도 안면이 없으면 인사를 하지 않는 문화에 익숙해졌는데 훅 들어오니 나도 당황해서 나한테 하는건가 싶어. 당황하고 넘어갔었는데 그 이후로도 마주칠때마다 인사를 했었다. 나도 나한테 하는 인사임을 알게 된 후로는 만나게 될 때 어떻게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크게 인사를 해야겠다 했는데 익숙치 않아서 그랬는지 결국 목례만 했었다. 이렇게 또 배운다.
다음에 만나면 꼭 나도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인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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