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그 놀라운 이름
우리나라가 심각한 가뭄이다. 소양강이 메말랐고, 어느 지역에선 특정 시간대에만 물이 공급된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워터밤등 물을 사용한 콘서트들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고, 이것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설전이 있는 모양이다.
지금 가뭄으로 어느 지역은 물도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데 그 소중한 물을 사용해서 하는 콘서트가 왠말이냐
와 콘서트도 일종의 문화산업이고 그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어떤 사람들에겐 생계이다 그걸 막을 권리는 없다.
라는 두가지의 의견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모양이었다.
두가지 논쟁이 모두 일리가 있어 뭐라고 선뜻 말을 보태기가 그렇지만, 어쨌든 어느 곳의 누군가들은 그 300톤의 물이 없어서
제대로 삶을 영위하고 있지 못하는데 일정을 조금 미루거나, 혹은 물을 쓰지 않고 하면 어떨지 하는 생각도 들긴했다.
어렵다 어려워.
그래도 오늘 서울엔 비가 하루종일 왔고, 제법 많이 온 느낌이었다. 가뭄이 어서 해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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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성인인 나를 포함해 성인이라 부르고 세상에 찌든 쓰레기들이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할때
어린이들은
"저는 물을 사용하는 흠뻑쇼를 개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봄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곳곳의 댐과 저수지의 수위가 크게 떨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농사와 가축을 기르기 위해 물을 대야하는 농축산가는 가뭄으로 인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물을 낭비하는 축제는 적철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예인들처럼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가뭄에도 물을 펑펑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중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수 있습니다. 흠뻑쇼의 의미를 물에 흠뻑 젖는다 대신 같이 즐기면서 땀으로 흠뻑 젖는다 또는 노래와 흥으로 흠뻑 젖는다 등으로 변화를 주는건 어떨까요?"
"물 대신에 드론쑈 같은 것으로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식수를 사용하는 흠뻑쇼가 개최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가뭄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물을 더 구하고 싶은 심정인데 부유한 연예인이 흠뻑쇼를 개최한다면 그 연예인에게 매우 화가 날 것입니다. 반면에 흠뻑쇼에 쓸 물을 가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대신 다른 콘텐츠로 공연을 한다면 연예인의 명성과 인기, 둘 다 높아질 것입니다. 더불어 가뭄 피해자들의 고민도 한시름 놓게 될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공연에 사용할 이 물을 농민들등 물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여 연예인은 이미지가 좋아지고 물이 필요한 사람은 물을 얻게 되는 등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현명한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흠뻑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니 합법적인 것이지만, 대중을 선도하고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으로서 가뭄으로 피해보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고민없이 흠뻑쇼를 계획하는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동아라는 어린이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소주담에서 보고 필사해 온 부분이다...
읽고 어린이들의 생각, 단어, 문장 하나하나를 필사하면서 읽는데 소름이 끼치고 울컥하고 감동했다..
어린이들의 생각이 백번 옳다고 생각하는 이 와중에도 완벽하게 나의 의견을 어떻게 내야할지 정리가 안되고 있는데 이건 머리가 굳어서 일까 아님 세상에 찌들어서 일까..
암튼, 정말 어린이들에게 우린 배워야 한다. 뭐가 옳고 그른지. 세상을 위해, 혹시라도 어려운 사람들이 있을경우 그들을 위해 무엇을 더 명백하게 해야할지 어린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어린이 국회의원을 선출해서 각 지자체별로 어린이 국회의원들이 내는 의견을 반영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안일하게 흠뻑쇼 개최 찬성의견도 맞고, 반대의견도 맞다고 뭇매를 피하기 위해 중립의 가면을 쓰고 가면뒤에 숨은 내가 어리석었고, 경솔했다고 어린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흠뻑쇼가 아니라 첫번째 어린이가 말한 것 처럼 물을 쓰는게 아니라 땀으로, 열정으로 흠뻑 젖는 쇼를 열고 물은 적은 양이라고 어딘가에 도움이 될수 있도록 기부하거나 양이 너무 적다면 필요한 다른곳에 쓸수 있도록 하는게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어린이들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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