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죠.
한때 그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3년전 벌써 13년이나 되었다니
2010년 3월 처음으로 입사라는걸 하게 되었습니다.
입사하게 된 일도 굉장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튼 처음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입사라는 걸 했던 그때.
돈이 정말 없었습니다. 집에 손벌릴 나이도 아니었고
이미 1년을 디자인 공부를 한다며 날린 뒤라 부모님께 손을 벌릴 염치도 없었습니다.
차비만 간신히 가지고 다녔고 밥은 보통 집에 돌아와서 새벽에 먹었습니다.
(그때 집이 용인이었고, 직장은 서울이라 출퇴근만 4시간이었던 시절이었죠)
기억 복각차 적어둔다면 그때 집에 돌아와서도 밥을 혼자 챙겨먹곤 했습니다. 참치통조림과 밥.
암튼, 점심도 왠만하면 먹지 않고 사무실에서 자거나 교육장에서 자거나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국장님이 따로 조용히 불러내서는
왜 밥을 먹지 않는거냐고 물었고, 속이 좋지 않아 먹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국장님은 아무말 하지 않고 돈 5만원을 건내고는
"점심은 꼭 먹어, 돈은 갚지 않아도 돼"
라고 하셨습니다. (돈을 갚아라 갚지 말란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별말도 안하고 선뜻 챙겨주는 그 마음에 감동을 엄청 받았습니다.
나중에 나도 돈을 벌면 꼭 베풀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도 다짐 했었지요
간만에, 어디서 본 이야기 중에
힘든 시절 밥을 챙겨주던 누군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문득 그때 13년전이 떠올라서 끄적여 봤습니다.
저 역시도 저 순간을 인생의 잊지못하는 고마운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밥 굶지 않고 그래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제가
혹시나 힘든 누군가들이 눈에 보일때 "밥은 먹었니" 라고 다정하게 묻고 있는지
검열을 해봐야 겠습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나요?
'기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분위기 (2) | 2024.01.03 |
---|---|
삶의 원천 (2) | 2024.01.03 |
싸이월드에 대한 단상 (2) | 2024.01.03 |
어린이, 그 놀라운 이름 (1) | 2024.01.02 |
이모저모 (2) | 2024.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