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지금은 예전처럼 시간에 맞춰서 티비나 라디오를 듣기보다는
여러가지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보고 싶을때 필요할때 내 시간에 맞춰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이동하면서 내손안의 컴퓨터인 휴대폰을 통해
촘촘하게 시간을 쪼개 많은 미디어들... 유튜브, OTT서비스 등을 활용하고 있다.
나도 가끔 이동할때 볼때도 있는데 지양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휴대폰이란 기기에
인간인 내가 컨트롤 당하고 의지하는게 자존심이 상한다고나 할까.. 대게는 음악만 듣는 편이다.
어쨌든, 이런 미디어의 홍수가 아니였던.. (이제는 사실 재앙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직 텔레비전과 라디오만이 그리고 시간대별로 프로그램의 시간이 적혀있는 편성표만이
나의 미디어를 좌지우지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신문의 편성표를 확인하고 봐야하는 것들은 체크해서 보곤 했었다.
특히, 밤 시간대의 미디어들이 나의 밤의 분위기를 그려주곤 했다.
아무래도 그 어린날의 평일 밤 전까지의 시간들은 너무 정신없이 흘러갔기 때문에
밤시간대에 차분해지고 나의 감정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었던 그 순간들을 좋아했었던것 같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시간대를 정말 좋아했었다. (어딘가에 적혀있던 '좋아하는 시간대 새벽 두시' '새벽두시 몽상가'
이런 류의 기록들로만 추측할뿐이다...)
지금은 체력적으로 한시 이후의 시간들은 잠이 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전혀 느낄수 없는....
요일의 밤들
월요일 11시엔 텔레비전의 엑스파일. 그 오묘하고 무서운 시그널이 나의 월요일 밤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금요일엔 윤도현의 러브레터나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평소 음악방송에서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의 가수들을 만날수 있었고, 주말밤이라는 특수성으로 설레는 느낌을 주었었다.
토요일은 단연 주말의 명화... 항상 맘에 들고 재미있는 영화를 한건 아니였지만, 그 시그널 만으로도
다음날이 쉬는 날임을, 늦게까지 영화를 한편 볼 수 있다는 그 여유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곤 했다.
외국영화의 경우는 더 기분을 오묘하게 만들어 주는데 한몫을 했던게 분명히 외국인인데 우리나라 말을 멋들어지게
하는 걸 보면서 한때 어떻게 저렇게 우리말을 잘하지 하는 생각도 잠깐 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그게 성우들이 더빙하는 작업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더빙 조차 주말의 명화 시간과 그때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다. 좀 더 친근하고 따뜻한...
마지막 황제, 그램린, 포레스트검프, 빅, 이티 등등 너무나 많은 영화들을 지금은 접할 수도 없는 더빙판으로 접했었다.
그렇게 텔레비전 편성표의 봐야 할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나면
자기전까지는 보통은 라디오를 들었던 것 같다. 새벽시간대의 라디오는 굉장히 또 그만의 분위기가 있어서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나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박경림의 심심타파 뭐 이런 라디오를 즐겨 들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스위트뮤직박스는 디제이인 정지영의 목소리와 선곡이 굉장히 좋았다. 들으며 공부를 하거나
사색(?)에 잠기곤 했었다..
그냥 오랜만에 토요일 밤에 티비를 보다가 문득 그때의 그 분위기와 기억이 떠올라 끄적여 봤다.
간만에 여유롭게 온전히 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만나게 되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아쉬운건 이제 그런 분위기와 내 감정, 기분상태는 더 이상 느낄수 없다는 점이다 .
물론 새벽시간대에 여전히 센치해 지긴 하지만, 온전히 나에게 몰두하고 그 순간순간 분위기를
느끼고 그러기엔 너무 때가 묻어버린 것일까..어떻게 하는 거였는지 그게 나였는지
기억 저편에 그냥 흐릿하게 남아있을뿐이다.
그게 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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