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록

주식초보의 투자 일기 - 종결

기로송 2024. 2.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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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라도 하자

이 기록은 지난 약 1개월간의 주식투자에 대한 기록이다.

종결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어제 그동안의 마이너스가 찍힌 주식들을 모두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아마 전 국민이 한 번쯤은 가져봤을 법한 주식인 삼* 주식은 2년 정도 가지고 있었고 당시 팔만일 때 샀는데 그게 영원한 고점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넣어두기만 하면 나중에 올라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주식이 어렵다)

 

주식은 시작하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오르지 않는 월급과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중 부동산, 주식 등 몇가지 없는 와중에 그나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종목이라 판단해하게 되었다. 

 

가만히 예금, 적금에 넣어두고 있을수 있지만 '그래, 뭐라도 하자!'라는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했....그 생각이

나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일이 될줄은 그때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준하처럼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면 어쩌나?

거침없이 하이킥을 좋아하고 몇번씩 다시 보기를 했지만 극 중 준하가 하는 주식투자자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었다. 집에서 매일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우량주를 분석하고 매수, 매도를 반복하면서 순재에게 혼이 나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관심과 인지가 없으니 그냥 그런 장면이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내가 주식시장에 뛰어드니 (?) 그 장면 하나하나가 아 이래서 이건 이래서 구나라고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극 중에선 겉핥기로 나오긴 하지만. 

(준하가 주식투자상담가로 사업체를 차리고 민정과 신지의 비교적 소액인 돈을 맡기도 불리는 과정의 모습이 딱 우리가 주식시장에 투입해서 느끼는 감정들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민정과 신지는 준하에게 맡긴 돈을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떨어질때마다 준하에게 전화를 걸어 괴롭혔다. ) 

 

암튼, 처음 투자. 투자라고 부르기 민망한 소액의 시드지만, 나에겐 너무도 소중한 그 시드를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 넣고 하루하루 빨간불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게 진짜 거액의 돈으로 불어나는게 아닐지 상상을 잠깐 하기도 했다. 

 

이 첫 투자가 운이 좋게도 엔비디아와 엔비디아 2배롱, 팔란티어, 암드 이렇게 네 가지 종목이었다. 1/15 시작

(이전에 무지성으로 사둔 국내주식들 삼성, 코웨이, 카카오게임, SM엔터 등 이 있지만 이건 그냥 소액이어서 패스하려고 한다. )

 

그렇게 내가 처음으로 선택한 미장(미국시장)의 첫 선발주자들을 하나하나 여러가지 정보를 취합해 선택해서 투자를 시작했고 이때는 사실 굉장히 순조로웠다. 처음부터 막 오른 건 아니었지만 한 달 전인데도 불구하고 감이 없으니 그냥 묻어두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때는 생각해보니 저 종목들을 있는 시드로 조금씩 추가매수도 했었다 조금 떨어질 때마다. 

 

딱, 여기까지만 했어야 했다.

 

그러다가 위의 첫 투자종목들을 알게 해준 커뮤니티의 정보력을 수집하면서부터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지와 무모함의 결합과 초심자의 행운, 쉽게 선동당하는 마음, 도파민 과다 분출등의 문제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연히 급등주라는 위에 선택한 우량주와는 반대되는 개념의 주식을 알게 되었다. 흔히 갑자기 당일에만 수직상승한다던가 뉴스, 테마, 여러 가지 상황 혹은 중국세력작전주 같은 것들을 급등주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급등주 투자로 짧은 시간에 단타로 돈을 따(?)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초심자의 행운일 뿐

처음에 몇번 운이 좋게 돈을 잃지 않고 벌 수 있었지만,

2/14일 부로 (이전까지는 소소하게 기존 우량주들의 수익이나 이 우량주를 추가매수한다던가 정보를 얻는 정도만 했었다. )

2/23일인 어제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급등주 단타를 진행했다. 

 

결과는 원금을 잃지는 않았지만 수수료등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작은 손실은 일어난 것으로 파악이 된다. 

현재 예수금이 계좌로 돌아오지 않아서 일단 대기중이다. 

 

* 그리고 위에 매수했던 우량주들은 중간에 갑자기 주식들이 급락하는 구간이 있었다. 며칠 안되었는데 그때 우수수 떨어지는 마이너스를 참지 못하고 다 팔아버렸다..... 다시 추매를 했지만, 단타의 맛(?)에 절여진 내가 파란 맛을 견뎌내는 것이 힘들어져 버렸다.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어!

위에 이야기했지만, 오늘 24일부로 몽땅은 아니고 두개 (이것도 모두 마이너스 행보 중이다... 왜 이러는 거니 증말)를 남기고

모두 팔아버렸다. 그동안, 너무 뇌가 절여져서 그런지 판단이 잘 안되고 너무 선동이 되어버리는 내 모습에 

돈을 잃은것을 떠나서 너무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카님의 영상에서 "반대로 하면 된다"라는 말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상승기류의 고점에서 매수욕구가 들어 매수를 해버리고 사는 순간 떨어지는 경험들을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웃긴건 고점일 때 다 올라서 더 올라갈 곳이 없을 때는 너무 구매를 하고 싶지만, 떨어져서 매수를 할 수 있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또 매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걸 한번 지켜보자 다짐했다. 

(하지만 그 영상 시청 후 두번이나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매수를 했는데 매수하자마자 하락했고 바로 팔아버렸다.. 아, 진짜 주식 때려치운다 때려치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이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정말 나는 열심히 살았다. 누군가는 도박을 한 것이 아니냐, 혹은 돈만 날린 짓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아니다, 결과는 슬프고 선동당하고 믿음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고 이렇게 뭔가에 집중해서 발버둥 친적이 최근에는 없었기 때문에 나름 활력이 되었다. 정보를 수집하고 타이밍을 노리고, 새벽까지 커뮤니티와 어플을 보며 씨름하고, 희열도 느껴보고 분노도 느껴보고 좌절과 상심, 고독... 그리고 자책까지 다양한 감정의 경험을 했다. 

 

 

1) 주식어플 사용법을 알았다. 

 아주 큰 소득이지 않을까? 사실 이번 한 달 동안 본격적인 (?) 투자를 하기 전에는 그냥 사둔 정도였다. 

마이너스 이름표를 달고 파란봉을 타고 있는 아이들을 나는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식어플의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금을 이체하고, 종목을 선정해 차트를 보고 등락률을 보고 매수, 매도시점을 파악하고 매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두 직접 알아내었다. 

특히, 한 번은 분명히 매도를 눌렀는데 30주 중에 28주는 매도가 되었지만, 2주가 매도가 되지 않고 있다가 다음날에야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꼭 체결이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미체결 항목을 한번 확인해주어야 함.) 

 

또, 종목 증거금률이라는 게 있는데 이 증거금률을 해제해 두면 내가 가지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으로 주식이 구매가 되어서 빚처럼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는 것을 알았다. 

 

2) 휩쓸리지 말아야 함.

이게 고쳐질지 잘 모르겠는데 사실 이 부분은 무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긴 한다. 한편으로는 심리게임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말리면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한번 구매를 했으면 끝까지 나를 믿어야 하고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기도 하지만. 또 믿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근데 이건 감이기도 하네?!

 

처음 미장에서 구매한 반려주식들 엔비디아, 팔란티어, 엔비 2 배롱 이렇게 세 가지는 정말 끝까지 함께 가려고 했던 아이들인데 중간에 커뮤니티에 선동되기도 했고, 실제로 가격이 쭉 떨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급박하게 매도 버튼을 눌러버렸다. 뭔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근데 이때 이미 급등주로 뇌가 한번 절여져있다 보니, 더 판단력이 흐려진 느낌도 있긴 하다. 

이때 좀 만 더 경험이 많고 믿음이 있었다면 지금쯤 그래도 수익이 났을 것 같은데.... 분명히.

 

3) 마음이 급하면 안 됨. 

이것 역시 이미 좀 절여진 상태라 당분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쉬려고 하는데, 

단기적으로 조금 떨어져도 어느 정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매수, 매도를 자꾸 하면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조금 기다리면 올라가는데 너무 빠르게 빨간 맛을 보려고 하니 마음도 조급해지고, 그러는 것 같다. 

좀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러려면 매수 타이밍을 잘 잡아서 들어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 

 

4) 반대로 해야 함 (슈카 님의 말씀)

마지막으로,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왜냐면 지금까지 일어난 문제들이 고점에서 매수하고 저점에서는 매수하지 않는 행태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 것인데 이걸 지켰다면

손절할 일들이 있었을까 싶다. 이 영상을 보고도 몇 번의 실수를 더 한 것을 보면 진짜 실천하기 힘든 부분인 것 같다. 

근데 이걸 해야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주식어플을 지우고, 조그맣고 소중한 시드를 적금과 대출 갚는데 쓰려고 했는데 글을 쓰면서 그래도 오기가 생겨서라도 한번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부자 까지는 안되더라도 현명하게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자본주의의 맛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잃은 돈, 늘지 않은 수익 때문에 질타한 나를 사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위로해 주고 싶기도 했다. 

내일은 내일의 주식시장이 열릴 테니까. 

 

여담

최근 미국 민간 업체 인튜이티브 머신스 (코드 (티커) : 루나)라는 미국기업이 나사의 지원을 받아서 달탐사를 위한 로켓을 발사했다. 미국주식에 관심이 있거나 여느 종토방 (종목토론방)에 들어가 있다면 심심치 않게 들었을 것이다. 웃픈점은 이 루나의 주식이 2달러로 시작해서 최대 14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 중심에 한국 개미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루나의 발사 장면이나 교신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유투브로 진행했는데 참여자의 대부분이 한국이었다는 웃지못할 소식도 전해들었다. 

 

요며칠동안 이 루나가 한국주식시장에서는 핫하게 오르내렸지만 정작 미국 본토에서는 큰 관심이 없었던 모양인게 미장 본장시간에는 거의 미동이 없다시피한 주가가 프프장이나 프장에만 오르락 내리락 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주주가 한국인이 아니였을지.

그리고, 결국은 이런 엔딩이 되었는데....

주식주가가 최고가를 달리던 시기 그니까 탐사선이 달에 도착하기도 전에 주가가 최고가를 갱신하던 그때 이미 그 회사의 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해 버린것이다. 당연히 내부인이니 소식을 투자한 한국인들보다 빨리 알았을 것이고 그에 맞게 주식을 매도해 이익을 실현해 버린것이다.  

 

이로 인해 어느정도의 규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루나를 맹신(?)하던 한국인 투자자들중 몇몇은 손해를 인증하기도 했는데...

(나도 이 주식에만 네번 들어갔다 나왔고 20만원을 잃었다...)

 

뭐 다른 케이스라지만, 신풍제약 사태, 더 이전의 의류업체(이름이 생각안나는)등 우리나라 주가조작들이 생각나서 씁쓸했다. 언급한 주식들과는 다른 결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직 달착륙도 전부터 주가가 들썩이는 상황을 알고 내부적으로 움직였다는것 자체가 이미 모든것을 알고 진행한게 아닐지 하는 의문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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