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싸이월드 사진첩이 드디어 열렸다. 작년이였나 갑자기 싸이월드가 재오픈을 한다고 하더니, 예전 싸이월드에서 흥행했던 노래들을 하나 둘씩 재해석해서 부르고 곧 오픈될 예정이니 미리 자기 아이디를 검색해보라는 사이트도 열리고 했다. 내 아이디는 검색해도 나오질 않아 추후 사이트가 정식 오픈 될때 알 수 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나말고 검색이 되거나 아이디라도 있는 사람들도 거의 몇개월을 기다려서야 오픈된 미니홈피를 만날수 있었다. 나도 최근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했고, 진짜 10년만에 싸이월드를 다시 들어가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낯설지만 익숙한 기억속의 내 모습들을 쓰나미처럼 마주했다. 전혀 기억나지 않던 일들이 사진 한장으로 그 순간이 기억이 나다니.. 사진의 힘이 대단하긴 했다. 내 기억에 고등학교때는 없었고 대학교 들어가서 생겼던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미니룸도 나름 열심히 꾸미고 (물론 도토리가 없어서 기본정도만 탈출한 모습이긴 했지만) 특히, 비지엠을 진짜 신중하게 깔았던 기억이 있다. 확인해보니 그때 내가 구입했던 비지엠들은 복구할수 없는 모양이였다. 이부분이 너무 아쉽긴 했다. 진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라디오나 엠피쓰리로 받아서 들어보고 어울릴것 같은 노래들을 구매했었는데... 재생목록을 짜기 위해 없는 돈에 도토리를 사서 한곡 한곡 정성스럽게 구매하고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설정했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 몰랐다. 그때 이곡을 좋아했었지 하고 다시 들어볼 기회가 없어졌다는게 씁쓸했다.
암튼, 대략 4~5년간의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들을 쭉 훑어 보면서 아 이땐 이랬구나, 이런일들이 있었구나 기억을 복기하는 일들은 좋았다. 안그래도 살레시오에서 여름신앙학교를 진행했던 일들을 쓰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10년도 지난일이라 몇년도 인지도 어떤 프로그램을 했는지도 희미해졌는데 사진과 사진이 올라간 날짜를 보니 이때구나 하고 기억할 수 있었다. 근데 딱 여기까지 였다. 물론, 다시 한번 그때의 그 추억들을 곱씹는것 까지는 좋았는데 분명 내 기억속에서 추억보정이 되어 좋게 기억되었던 어떤 모습들 까지도 복기가 되니,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던 기억속의 순간들과 그때 당시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까지 함께 생각났다. 그토록 잊고 싶었던 기억들까지 말이다.
2.
초등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었다. 성진이와 승환이. 우리학교는 주공아파트 단지 중간에 있던 학교라 그 당시 주로 3단지, 4단지, 5단지, 6단지, 7단지? 정도의 아파트들의 자녀들이 다녔던것으로 기억한다. 그 단지들 중에 우리셋다 4단지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집은 421동) 하교길도 같아서 같이 자주 하교를 했었고, 둘은 축구나 농구를 좋아해서 그런 운동을 나는 같이 한적은 없지만, 아람단을 셋이 같이 했기때문에 그 아람단 활동으로 많이 친해졌던것으로 기억한다. 성진이는 다정했던 걸로 기억하고, 승환이는 인기가 많았고 운동도 꽤 잘했고 뭔가 무뚝뚝하지만 나를 잘 챙겨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좋아했겠지..) 암튼 그러다 내가 대림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중학교가서도 친하게 지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채 타의에 의해 헤어지게 되었다. 이사가기 전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둘과 함께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저녁무렵 헤어지게 되었는데 둘이 선물을 준비해줬다. 그 당시 게임보이 팩이였던걸로 기억한다. 물론 게임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게임팩을 받고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왜냐면 그 순간은 기억이 나는데 서로의 마지막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전학과 이사를 가고 한동안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았다. 성진이는 처음에는 서로 주고 받았는데 어느순간 연락이 끊겼고, 승환이와는 그래도 고등학교때까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결국 모두와는 연락이 끊어졌지만...내가 없어도 영원히 친할줄만 알았는데 둘도 중학교를 다른곳으로 진학하면서 또, 어떤 오해들이 쌓이고 주변 친구들이 변하면서 서로 멀어졌다는 소식을 승환이를 통해 들을수 있었다.
잊고 지내다가 군대에서 일병10개월때였나... 분당에 있는 국군수도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성진이를 만났다. 초등학교때 이후니까 거의 10년만에 만난거였다. 딱 만난 그 순간에는 엄청 반가웠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로 다른 각자의 경험들로 흐른 세월은 이겨낼수가 없었다. 마지막엔 너무 어색해서 부랴부랴 건강하라는 인사만 남긴채 헤어진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는 만나지 않았다.
승환이도 편지로만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연락하고 연락이 끊어진거라 실제로 본건 중학교때 롯데월드 갔을때 잠깐 스쳐가듯이 만난게 전부라.(재밌는건 그렇게 헤어지고 승환이가 바로 편지로 그 이야기를 줄줄이 써서 보냈었고, 그에 대한 해명?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이후에 싸이월드 이름검색도 해보고, 다모임도 찾아보고, 페이스북도 찾아봤는데 흔적도 찾을수가 없었다. 아쉽긴 했는데 한편으론 성진이의 일처럼 그리움만으로 남겨두었어도 좋을 일을 실제로 만나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승환이는 나의 첫사랑이니까.. 심지어 초등학교때는 몰랐는데 편지로 만나는 승환이는 훨씬 섬세하고 다정한 아이였으니까..
3.
길어졌는데, 추억으로 내 기억속에만 남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굳이 다시 마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필요할때도 있다.) 싸이월드의 부활 이후에 버디버디도 다시 부활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그게 맞는건가 싶다. 응답하라 시리즈 부터, 예전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고, 가요들도 새롭게 재해석해서 다시 많이 부르고 있다. 익숙하고 좋았던 시절의 컨텐츠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어쨌든 아주 새로운 것보다는 쉽게 받아들일수도 있으니 안전하니까 그런 선택들을 많이 하는것 같다. 그치만 그런 시대의 경향. 즉, 자꾸 과거의 일들이 좋았다고 추억하고 그때 그시절만을 추억하고 그리워 하면서 소비하는 것이 이상하고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 시대가 겪고 있는 어떤 난제들,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넘쳐나고 있고 더이상 성장하는 시대가 아닌 저성장의 시대로 가도 있는 이 시대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역시도 너무 돌아가고 싶고 그리운 순간이지만, 과거만을 그리워 하고 추억하는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그냥, 내 기억속의, 추억속의 아름답게 자리한 어떤 기억들을 굳이 지금의 이 현실세계로 가져와 마주하고 대면하는것이 좋은 영향을 줄 수 도 있지만, 그냥 내 기억속에 그대로 두고 잊혀진채 살아가는것도 어쩌면 순리에 맞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꺼내서 괴롭거나, 환상이 깨지면 결국 또 그 새로운 어떤것이 되어버리니까. 암튼 지나 간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기때문에 그것대로 두고, 지금 마주하고 있는 오늘을 잘 살아내는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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