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택한 이유
알라딘에서 책을 자주 구매하는 편인데, 실리카겔의 앨범을 사러 들어갔다가 우연히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게 되었고,
이전에 이동진 평론가?가 한번 올해의 책이라고 추천했던 책들 중 이 책이 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맡겨진 소녀, 제목에서부터 뭔가 느낌이 온다. 소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미스터리 한 일들을 파헤치는 소설일까??
* 맡겨졌다는 것은 말그대로 맡겨진 것이었다. 소녀는 방학을 맡아 잠시 집을 떠나 타지에 맡겨진다.
작가소개
작가는 아일랜드 위클로 출신의 클레어 키건이다.
키건은 1968년 생으로 24년간 작가로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집필했다고 한다.
99년 [남극], 07년 [푸른들판을 걷다], 09년 [맡겨진 소녀], 22년 [이처럼 사소한 것들]
모든 작품들이 수상을 하거나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 맡겨진 소녀는 '말없는 소녀'라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오히려 이 제목이 더 어울리는 느낌)
줄거리
소녀가 어느 여름, 자신이 살던 집을 떠나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 존과 에드나의 집에 맡겨진다.
맡겨진 소녀는 낯선 곳에서 처음에는 불안해하며 자신에게 베풀어지는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조차 두려워 하지만, 점차 킨셀라 부부의 따뜻한 보살핌에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소녀의 집에서 소녀는 언니들, 남동생 그리고 또 태어날 아기 사이에서 부모님의 보살핌을 거의 못 받고 지냈었지만,
킨셀라 부부의 집에서는 모든 보살핌과 사랑, 따뜻함이 모두 자신의 것임을 서서히 깨달으며 성장해간다.
특히, 소녀가 맡겨진 첫날한 실수에 대해 에드나는 소녀를 책망하기보다 따뜻하게 감싸주고, 존은 소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편을 가져오도록 하고 시간을 재는 등 관심과 사랑으로 돌봐준다.
그러던 중 마을의 노인이 죽게 되고, 장레식장에 부부와 함께 가게 되는데 여기서 만난 밀드러드 부인의 집에 잠시 맡겨(?) 지면서 안 들었어도 될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나의 감상평(스포일러)
일단, 책이 생각한것보다 너무 얇아서 놀랬다. 한두 시간이면 읽어낼 분량이어서 분량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책이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중간중간 평온하던 일상이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말로 읽는이로 하여금 이건 뭐가 있다, 긴장을 주고 극의 흐름을 뒤틀리게 느껴지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 복선들이 굉장히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소녀가 부부의 집에서 처음 입었던 옷에 대한 의문, 벽지, 이름없이 불려지는 개, 첫날밤의 실수 등 )
*에드나가 소녀에게 입혔던 옷은 부부의 죽은 아들이 입었던 옷이었다. 이 이야기를 밀드러드 부인에게 듣게 된다.
또 소녀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세세한 변화 (불안과 초조, 이 모든것이 꿈일 것만 같은 느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점점 뭔지 알게 되는 성장감? )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 칸셀라 부부의 집 근처 우물, 달빛이 비치는 바닷가 등의 풍경묘사, 그 지역의 음식들 레드레모네이드, 타르트, 위타빅스 등, 루바브 같은 식물 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결국, 소녀는 돌아가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길 기도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무심한 아빠와 육아에 지친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서 느낄 킨셀라 부부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에...
나역시 어렸을 적 주 양육자가 바뀌고 생활반경이 나의 의지가 아닌 타의로 바뀌게 된 경우가 있었는데,
한창 예민하고 여러 가지 생각의 틀이 자라나는 과정에서의 변화들이 불안과 정착하지 못하게 하는 마음을 증폭시켰던 것 같았다. 하지만 소녀의 경우와는 다르게 소녀는 그 찬란한 여름 한 순간만큼은 온전히 사랑을 받고 사랑을 알았기에
나보다는 낫다는 생각? ㅎㅎ
특히, 마지막 부분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한 문장이었다. 소녀가 말한 의미는 뭐였을까?
찬란하고 따뜻했던 여름을 그리워하며 인생을 살아낼 우리마음속 소녀들을 응원하며!
기억에 남은 문장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제 앞으로 갈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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