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거대한 슬픔과 참담한 현실이 와닿다.
줄거리 (스포일러)
계엄령이 선포되고 광주에 무장군인들이 들이닥친다.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군사독재를 이루려고 하는 전두환의 무장군인들을 몰아내려고 평화 집회를 열지만, 말그대로 총과 칼로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아무런 무기 없는 시민들은 참혹하게 스러져간다. 이야기는 그 참상 중심에 있던 동호, 정대, 선주, 은숙, 김진수 등 그 참혹함 속에서 ‘꽃핀쪽으로’ 가기 위한 처절하지만 빛나는 몸부림의 기록이다.
동호는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사는 동갑내기 친구 정대와 함께 돌아오지 않은 정대의 누나 정미를 찾으러 집회가 있던 광장으로 나온다. 사람들이 모인 광장의 건물 옥상들에는 이미 무장군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집회가 시작되자 군인들을 옥상에서 사방에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과 살인을 저지른다. 아수라장이 된 광장에서 손을 잡고 있던 동호와 정대는 정대가 총에 맞으며 손을 놓게 되고, 동호는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광장을 혼자 떠난다. 정대에 대한 미안함이었을까 정대를 찾기 위해 그 길로 죽은 시민들의 시체가 모여 있는 상무관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봉사를 하고 있던 은숙과 선주를 만나서 함께 그곳의 일을 돕게 된다. 동호가 해야할 일은 들어온 시민의 시체의 인상착의를 기록하고 번호를 부여하는 일과 부패하고 있는 시체의 곁에 초를 세우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동호가 바로 상무관으로 온 것은 정대의 죽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때문이 아닐까. (동호가 초로 죽은이들의 곁에 빛을 세운것은 어쩌면 그 빛으로 함께 가자는 의미는 아니였을지.)
정대는 총격으로 희생되어, 군인들의 손에 군인들의 점거지로 옮겨진다. 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의 시체들은 그 점거지에 탑처럼 쌓여지게 되고, 정대는 그곳에서 본인의 죽은 몸을 보며 여러 생각에 사로잡힌다. 얼마전만해도 평화롭던 일상이 꿈만 같이 스쳐지나가고 누나의 죽음 또한 느끼게 된다. 한동안 자신의 몸 곁에서 영혼으로 존재하지만 결국 부패하던 육신은 군인들에 의해 화장되어 진다. (화장이라는 표현보다는 불질러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그러면서 영혼도 그 불길에 휩싸여 자유롭게 되는데 동호도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무관을 지키던 사람들 중 김진수는 대학생으로 군인들이 상무관에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상무관을 끝까지 지키지만 결국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징역이 선고되지만, 무고함이 인정되 집행 1년만에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매일 술을 마셔야만 잠이 드는 생활과 죄책감, 트라우마등에 시달리다가 결국 생을 마감한다. 은숙은 출판사에서 일하지만 더 깊이 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최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선주는 함께 봉사를 했던 동호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당시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더 모진 고문을 받아 여자로의 일생또한 포기하고 살아왔다. 살아남은 광주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내지 못한 무력감과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살육의 현장을 눈으로 목격한 처참하고 참혹한 마음, 모진 고문으로 인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아들을 잃은 동호의 엄마의 이야기가 마지막 동호에게 쓰는 편지로 마무리되는데 아들의 어린시절부터 현시점까지 추억하며 아들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절절히 드러낸다. 그리고 엄마는 자식을 잃은 모임에 참여해 전두환 타도를 외치며 운동의 얼을 이어간다.
‘이제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길 바랍니다‘
느낀점
그동안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영화도 봤고 책에서 배운것도 있었는데 이토록 절절하게 그곳에서 스러져갔거나 살아남았던 사람들의 그 생생한 현장속의 이야기를 들은적이 없었던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살아남아 참담함과 트라우마의 지옥을 살다간 진수, 선주, 은숙의 이야기도 절절하게 와닿았지만 당시에 스러져간 정대와 동호의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복도를 걸어가는 나..혹은 동호. 손에는 초를 들고 있다. 먼지 냄새 처럼 퀘퀘한 냄새와 살짝 역한 냄새가 온 사방에 진동하고 있고 어둠 속에 촛에서 나오는 빛만으로 의지해서 걸어가고 있다.지금 가야 할 곳은 그토록 찾아헤매던 누군가의 시신 곁이다. 손에 쥔 초를 빈 음료수병에 꼽아 놓고 와야 한다. 그래야 시신이 잃은 빛을 잠시나마 밝힐 수 있다. 이 빛은 시신의 곁을 지키는 영혼의 빛이며 누군가가 찾아 줄때까지 곁을 비추어야만 하는 빛이다. |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그곳을 지키며 민주주의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많은 시민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결국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겪었던 그 수많은 고초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는 광주에 서 일어났던 일들의 연속속에 살아가고 있다. 권력이 총칼로 변해 무고한 시민들을 찌르는 장면들을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다. (용산참사, 이태원참사, 세월호참사, 그리고 12.13 계엄령) 12.13 내란수괴의 계엄령 선포에서 우리가 살아남을수 있었던 것은 광주가 우릴 살렸다고 표현하는게 맞을것이다. 책에서 이야기 하듯이 이런 참혹하고 처참한 상황에서도 빛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힘,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저항하는 힘, 함께 잇고 연대하는 힘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손을 잡고 연대하며, 저항하며, 꽃 핀쪽으로 서로를 끌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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