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살면서 세상에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훨씬 더 많다고
그러니 우리의 삶은 언제나 남는 장사이며, 넘치는 축복이라고
그러니 지나고 후회말고, 살아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라고.
완의 내레이션 중.
'디어마이프렌즈'는 TVN에서 10주년 기념으로 2016년 5월 13일부터 7월 2일까지 방영한 금토 드라마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그겨울 바람이 분다 등의 드라마 마니아들을 생산해 낸 노희경 작가가 극본을, 홍종현 PD가 연출을 맡았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있다" 고 외치는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그린 드라마이다.
대략의 줄거리
'내 나이 든 친구들'이라는 책을 쓰게 되는 완(고현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난희 이야기
완의 엄마인 난희 (고두심)은 짬뽕집을 운영하며 따로 시골에 사는 완보다 어린 삼촌과 어머니 쌍분 (김영옥), 아버지를 부양하며 살고 있다. 완의 아버지와는 사별을 했지만, 완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있다. 오랜만에 열린 동문회에서 어릴 때 친하게 지낸 영원(박원숙)을 만나지만 영원에게는 친하게 지냈던 만큼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 동문회에서 둘이 싸우기도 한다. 완의 아버지의 바람으로 인해, 완을 거의 혼자 키워왔고 완에게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된다. 완을 동문회에 대동하기도 하고, 늙은 친구들의 뒷바라지를 요청하고, 늙은 친구들의 책을 써달라고 계속 이야기한다.
난희는 영원과 왜 그렇게 싸우게 된 것일까? 완에게 집착하는 난희의 속마음은 뭘까?
#희자이야기
희자(김혜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현재는 혼자 살고 있다. 아들 셋을 모두 키워 독립을 시켰지만, 아들들이 모여 누가 모실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고 혼자 살기로 결심한다. 공주처럼 살아온 그간의 자신이 혼자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아들들에게 짐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자살을 결심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혼자 잘 살아내고 싶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결심을 하는 순간 그렇게 걱정하던 일이 벌어질 줄은...
#정아이야기
정아(나문희)는 딸셋을 잘 건사해서 시집을 보내고, 남편 석균(신구)과 살고 있다. 요양원에 모신 어머니를 딸들의 집 청소등을 해서 번 돈으로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고,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다. 석균의 지독하게도 가부장적인 모습에 치가 떨리지만 아파트 경비를 하는 석균이 경비를 그만두고 함께 갈 세계여행 약속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흑맥주 한 병 마시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고 희자가 사준 프렌치코드를 즐겨 입고, TV에서 방영하는 여행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그런 정아가 새처럼 자유롭게 살겠다며 선언하는데...
#충남이야기
충남(윤여정)은 한적한 근교에서 카페를 하며 홀로 조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사돈의 팔촌(?)까지 자신이 열심히 모은 돈으로 건사하며 충남의 등골을 빼먹는 어르신들을 한병원에 모시고 케어하고 있다. 이런 충남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모시고 늙은 친구들과 놀지만, 항상 자신의 가방끈이 짧은 것을 콤플렉스로 느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젊은 교수들과 친하게 지낸다. 젊은 교수들은 충남을 돈 많고 나이 많은 누님이라고 칭송하며 떠받들고 충남은 그들의 예술적 재능을 높이사고 항상 배고픈 예술가들이라며 작품을 사주고 술을 사준다. 하지만 이런 충남에게도 봄날 같은 성재가 나타나고 성재와 만나고 싶어 하지만, 희자와의 삼각관계에 놓이는 게 불편하기만 한데... 과연 충남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인가?
#영원이야기
영원(박원숙)은 미국에 있다가 귀국한지 얼마 안 되어 동문회에 참석하게 되고 거기서 어릴 적 친하게 지낸 난희와 다시 재회하게 된다. 난희는 30년 전 일로 여전히 영원을 미워하고 있지만, 영원은 진실을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한다. 동문회에서 만난 영원이 자신의 남편과 바람피운 친구 숙희와 아직도 연락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난희는 더 영원을 싫어하게 되지만, 영원은 그런 난희에게 더 다가가려 한다.
난희가 가게일로 바쁜 동안 영원이 난희의 딸인 완과 난희의 엄마인 쌍분을 살뜰히 챙겨왔고, 이에 완과 쌍분은 난희와 영원의 관계를 안타까워한다. 어느 날 영원은 난희를 자신의 갤러리로 불러서 그동안의 진실을 이야기하는데....
#석균이야기
석균(신구)은 정아의 남편으로 아파트 경비일을 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가부장적인 가장이다. 정아에게 물부터 모든 수발을 하도록 요구하고, 지금까지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게 한 것도 모자라 매년 제사를 치르게 한다. 여자들은 제사하는 것조차 못하게 하면서 모든 제사 음식은 정아에게 시킨다. 딸이 셋이 있지만, 첫째는 입양한 딸로 어린 딸이 힘들 때 거들떠보지 않고 딸에게 윽박질렀고, 이후 정아가 임신을 하고 유산을 했을 때에도 일한다고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은 그였다. 그런 석균에게서 첫째 딸과 정아가 떠나려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완이 이야기
완(고현정)은 난희의 외동딸이다. 어릴 적 아빠의 외도 때문에 엄마가 자신에게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엄마의 요구를 지금까지 군소리 없이 잘 들어주며 (?) 엄마가 바라는 대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 엄마가 이번엔 자신의 친구들 이야기를 글로 쓰라고 한다. 꼰대들, 이 나이든 엄마의 친구들의 뒷바라지를 하는게 너무 싫고 석균아저씨는 너무 싫다. 슬로베니아의 연하(조인성)와 출판사 사장인 동진과 만나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도 그동안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왔던 것에 대한 복수다. 과연 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엄마의 늙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쓰게 될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사
근데 이상하게 아무리 늙어도 마음은 안 늙어
아, 이 마음도 몸과 같이 늙으면 좀 덜 외로울 텐데 말이야
도를 아십니까 알아? 세상에 이도 저도 많아도
내가 살아보니까 진짜 도중의 도는 '냅도'야
세상에서 제일 큰 죄는 지 죄를 지가 모른다는 거야
무지한 거지. 모르고 지는 죄는 셀 수가 없잖니
인생이란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는 걸
죽어서도 뜨거운 화해는 가능하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나의 감상평
구태의연한 수식어들을 쓰다가 내 말이 아닌 것 같아 다 지웠다.
일단 16부작 내내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마흔을 갓 넘긴 내가 이 황혼의 꼰대들에게 너무나 공감하고 있다면
나도 마음이 늙어버린 것일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실례 같네
암튼, 그동안 드라마에서 노년의 삶을 이토록 내밀하고 솔직하게 다룬 적이 있었나 싶다. 그래서 더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요실금에 걸린 희자가 긴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기저귀를 챙겨야 하고, 중간중간 차를 세워야 여행이 가능하다. 영원과 난희는 30년전에 싸운(?)일로 여전히 어린시절 죽고 못살았어도 사소한 오해는 둘의 사이를 갈라놓고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정아가 독립을 하고 혼자 살겠다고 하자, 희자는 왜 자신이랑 살지 않느냐고 삐진다. 충남은 결혼을 하지 않아 혹시라도 혼자 있을때 자신이 아플경우 혼자 독거사 하는 것이 두려워 같이 사는 조카들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누군가가 찍어준다는 사진을 이제는 영정사진을 남길 생각으로 치환하고, 동문회에 가도 안나오는 친구를 병에 걸렸거나 죽었다고 자연스레 말한다.
하지만, 꼰대들( 드라마에선 계속 이 표현을 쓰는 게 거슬렸는데 막상 늙은이, 노인들 이런 표현보다 훨씬 귀엽다?! 는 생각이 드네) 도 사랑을 하고 어리고 풋풋한 청춘시절이 있었으며 엄마가 있었고 여전히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이제는 집에서 티비를 보거나 묵주를 만들거나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지만, 가끔 콜라텍에 가기도 하고, 여행을 꿈꾼다. 누군가의 엄마로 아빠로 혹은 딸로 억눌러왔던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일은 녹녹치 않다. 가장 가까이 있던 가족들이 속을 썩이고, 친구들이 내맘 같지 않고 더구나 나의 마음과 몸도 내맘같지 않다. 모두가 나를 억까하는것만 같다.
1. 그래도 사랑
남편의 바람으로 완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난희도 봄바람 마냥 불어오는 사랑의 마음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영원은 사랑 때문에 몇 번이나 아픔을 겪었지만 결국 첫사랑인 대철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충남은 희자와의 갈등(?)에도 성재를 좋아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희자에게 양보했지만) 완은 엄마에 대한 미움과 집착에 대응하고자 엄마가 그토록 싫어하던 유부남과 잠깐 만난다. 하지만 그 역시 결국은 진정 사랑하는 연하를 엄마가 인정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고, 연하를 너무나 사랑한다.
연인과의 사랑뿐 아니라, 희자와 정아의 끈끈한 우정, 난희는 영원을 오해하고 미워했지만 결국 풀어내고 확인한 우정, 정아의 입양한 첫째 딸에 대한 모성애, 완과 난희의 부모자식 간의 사랑 등 많은 사랑들이 피어난다.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고 때론 아프지만, 결국 사랑은 항상 그 자리들에 있고, 그 모든 시련은 사랑이 이긴다.
2. 나이 듦에 대하여
"꼰대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그냥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건 줄 알았다"라는 완의 내레이션이 있다.
나 역시 한때는 마흔 살에 생을 마감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늙고 병들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봐서 그랬는지 나는 오지도 않은 늙음이 너무나 두려웠다. 지금도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보기 싫은데 나중엔 어쩌려나 하는 막연한 절망감이 있었다.
희자는 이제 요실금으로 기저귀를 챙기지 않으면 불안하고, 다가오는 치매의 두려움에 놓여있다. 정아는 남은 희망이라곤 석균이 약속한 세계일주였지만, 엄마와 딸이 떠나자 모든것에 지쳐버린다. 충남은 나이 든 친구들 대신 젊은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재밌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늙은 친구들과 언젠가 함께 살 수도 있을 수도 있다며 다 같이 살아보는 연습을 한다. 언제 아파서 혼자남겨져 죽을까봐 조카들과 경비업체를 단속하기도 한다. 난희는 장애인이 된 자신의 동생을 보며 완에게 절대 장애인은 안된다고 하지만, 자신이 언젠가 죽을지도 모를 병에 걸리고 항암을 시작하며, 결국 완의 사랑을 인정한다.
쌍분은 말한다.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이냐는 완의 질문에 인생 별거 없다고, 슬플게 뭐가 있냐고 별거 없는 인생 이렇게 살면 그걸로 괜찮은것 아니냐고.
그렇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 나이가 든 어른이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물론,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경험치와 혜안들이 있겠지. 그래서 도도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컴플렉스를 이겨내려하며, 그래도 사랑을 하려고 한다. 두려워 말고 별거 없는 인생 살아가다 보면 좋은 날도 슬픈 날도 있을 테지만, 그 역시 별거 없으니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너무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꼰대들에게 존경을 보내며, 나도 나와 같이 늙어가는 내 친구들과 오순도순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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