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은?
2006년 11월 6일부터 2007년 7월 13일까지 MBC에서 방영된 167부작 일일 시트콤이다. 김병욱 PD의 첫 MBC 이적작이며, 하이킥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순재와 나문희의 첫 시트콤 작이기도 하며, 무한도전의 정준하와 뮤지컬 배우 박해미, 가수 신지 , 배우 최민용도 이 시트콤이 첫 시트콤작이였다. 이외에 김병욱의 작품에 출연했던 서민정과 신예 정일우, 김범, 김혜성, 황찬성, 박민영 등 이 시트콤을 통해 데뷔하게 되고 인지도도 올라갔다.
김병욱 감독은 이 시트콤 이후로 오랜시간 함께한 송재정 작가와 결별하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순풍산부인과부터 거침없이 하이킥까지는 궤를 같이 하는 느낌이 들지만, 이후 지붕 뚫고 하이킥부터 약간 다른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특히 가족애와 가족애가 중심이 되는 단체플레이가 이 작품에서 더 많이 보인다.
시놉시스
3대가 모여 사는 가족의 일상을 코믹하게 다룬 시트콤
등장인물
순재의 가족 이순재 - 나문희 (부부) 이준하 (첫째아들) - 박해미 (첫째 며느리) 이민용 (둘째아들) - 신지 (둘째며느리, 이민용의 전아내) 이민호, 이윤호 (준하,해미의 아들) / 이준 (민용,신지의 아들) 객식구 김범(순재 친구 손자) / 강유미 (해미친구딸) / 황찬성 병원식구 박승찬 / 유희진 풍파고등학교 (민용의 학교이자 윤호 민호의 학교) 담임 서민정 / 교감 홍순창 / 염승현 / 나해미 유미네 가족 및 기타 이수나 (개성댁) / 강철봉 / 유정민 / 이서현(이형사) / 영기엄마 |
줄거리
이순재는 흑석동에서 이순재 한방병원을 운영하며, 그 병원 건물에서 아내 나문희와 첫째아들 준하, 며느리 박해미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이민호, 이윤호가 3대째 모여 살고 있는 대가족의 가장이다. 둘째 아들 민용은 결혼 후 분가해서 아내 신지와 살고 있었지만, 신지가 러시아로 음악공부를 하러 떠나게 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지가 친구 민정에게 신혼집을 전셋집으로 주는 바람에 다시 집 옥탑방으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순재는 이사실을 모르고 있다.
러시아로 유학갔던 신지는 그곳에서 사기를 당하게 되고, 신지 역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민정과 함께 신혼집에 살게 되지만, 이사실을 처음엔 민용은 모르고 있다가 알게 된다. 둘의 아이인 준이는 어쩔 수 없이 순재의 집에 맡겨지게 되고 문희의 몫이 되고 마는데...
한편 민용이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풍파고에 새롭게 영어선생이 부임하게 되는데 이가 서민정이며 민정은 신지의 친구이나 처음에 민용은 둘이 친구인 사실을 모른 채 지내게 된다.
문희에게는 항상 수다를 떠는 개성댁 (이수나)이라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날 이 개성댁이 사라지게 되고, 개성댁이 사라진 날 해미의 친구인 정민의 가족 (유미네 가족)이 개성댁의 집에 세를 들어 살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개성댁은 어디로 간 것이며, 왜 유미네 가족이 이사오던 날 사라지게 된 것일까?
이순재의 가족들, 유미네 가족, 신지와 민정, 개성댁을 둘러싼 유쾌하고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트콤의 특징과 김병욱월드 그리고 개인적 감상평
2007년작이니까 올해로 17년이 되었다. 방영 후 17년동안 나는 재탕, 삼탕, 아마도 족히 열 번은 넘게 보지 않았을까 한다. 그만큼 가족시트콤 했을 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시트콤이고, 내가 생각하는 김병욱 월드를 더 선명하게 해 주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여기에 무한도전으로 주가를 날리던 정준하와 극을 끌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순재와 나문희, 뮤지컬쪽에서 내로라하는 박해미까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캐스팅이 더해져 마음 놓고 (?)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떠올렸을때 몇 가지 키워드들로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러브라인 / 미스터리 한 이야기의 가미 / 김병욱 월드에 꼭 있는 특이한 설정들 / 캐릭터가 가진 힘 / 마지막으로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 사회 안의 여러 가지 관계들로 키워드를 정해 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 러브라인
작품에는 여러가지 러브라인이 등장한다. 이순재의 둘째 아들인 민용과 전 아내인 신지 , 그리고 민용과 신지의 친구인 서민정, 선생님인 민정과 담임인 반의 학생인 윤호 이렇게 세 가지의 러브라인이 극을 이끌어 간다. 알고 있기로는 시놉상에서는 '연애시대'처럼 헤어지고 시작된 연애가 초기 설정이었고 러브라인의 중심이 민용과 신지였다고 알고 있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민(용) 민(정) 커플과 민(정) 윤(호) 커플이 메인이 되어버렸다. 아마 작가가 작품이 인기를 끌고 민민, 민윤 커플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인기를 반영해서 극본을 수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근데 급하게 수정한 것에도 불구하고 두 커플의 서사나 감정선이 너무 애절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보는 이로 하여금 민민이냐 윤민이냐로 싸울 정도로 몰입도가 컸었다.
특히 원래 윤호도 민정과의 러브라인이 아닌 강유미와의 러브라인이 초반 설정이었는데 윤민이 부상하면서 민호와 유미가 커플이 되고, 윤호는 민정을 짝사랑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개인적으로는 신지의 친구인 민정이 친구의 전남편을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게...이해가 안 되어서 그런지 (물론 민정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 때문에 몰입은 되었지만) 윤호의 선생님을 사랑 사랑이 너무 애절하고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물론, 정일우의 연기와 외모도 한몫했다. 그때의 정일우 즉 윤호에게 안 빠진 사람이 있었을까? 씩 웃으면 주변이 다 환해지는 느낌...
암튼,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건 신지다. 시놉 사기도 모자라 극 중에서 친구가 자신의 전남편을 사랑하는 바람에 낙동강오리알 처럼 되어 버렸고, 초반에 애를 버리고 러시아를 떠나거나 자신과 합치려는 민용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설정들 때문에 욕을 엄청 먹었고, 나도 처음에는 신지를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극 중반부로 가면서 신지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이해를 하게 된 캐릭터였다. 특히나 메인 러브라인을 빼앗긴 (?)것은 명백히 시놉사기라고 밖에... 후에 신지는 이때 너무 힘들어서 극에서 하차하고 싶었지만, 이순재나 다른 배우들이 극구 말려 끝까지 극을 함께 하게 되었다고 전했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커플들의 러브라인이 극의 중간중간 활력을 불어넣고 극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자, 시트콤의 인기몰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2) 코미디와 미스터리 장르의 짬뽕
시트콤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장르물에 속할것이다. 그런데 이번 김병욱 감독 시트콤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이 가미되어 있고 그 중심에는 유미의 가족이 있다. (여기에 개성댁 이수나도, 조금 다른 점이라면 개성댁은 초반 범죄로 계속 감옥에 수감되는데 탈옥을 감행하고 시행할 때마다 이순재와 엮이게 되는 어찌 보면 감초의 역할이 커 보였다.)
유미와 민호의 러브라인과 유미의 멍청함 ㅎ 이 스릴러적인 요소를 많이 감해주긴 하지만, 주축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유미아빠를 주축으로 이형사와 나문희, 준하 세 사람의 엮임, 또 이형사와 신지의 엮음을 통해서 극에 녹아내게 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다.
재밌게만 즐기고 싶은 시트콤이 자꾸만 이 어정쩡한 설정을 끌어들이는 순간순간이 어딘가 불편하고 낯설고 녹아들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는 잘 녹여낸 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3) 그 와중에 특이한 설정들
https://youtu.be/w38coB92E9c?si=J-eHlAWjS4zCUtbJ
김병욱월드에는 꼭 특이한 설정들이 하나씩 존재한다. 일단 하이킥 시리즈만 예로 들어보면 거침없이 하이킥에는 민용의 방이 옥상 옥탑방인데, 가족들이 있는 집과는 동떨어진 공간이라 계단을 이용해서 옥상으로 올라가야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문희가 민용의 방에 쉽게 드나들수 있도록 옥탑방에 구멍을 뚫어 기존 가족들의 생활공간과 연결할 수 있도록 봉을 달게 되고 이 봉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생활할 수 있게 한다.
생각해보면 이건 결혼하며 분가한 민용이 어쩔수 없이 다시 가족에게 돌아왔을때 느낄 고립감과 외로움을 해소 시켜주는 역할이기도 한것 같다. 문희인 엄마의 마음 즉, 봉으로 말이다. 실제로 이 봉을 타고 가족들이 민용의 공간으로 오르락 내리며 누군가는 감시를 (해미), 혹은 도망치기도 하고 (순재로부터 준하가), 게임을 하거나 (민호, 범) 하는 활동들을 하게 되고, 이 역시 민용도 가족의 일원임을 일깨워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민용은 귀찮아하지만..
참고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벽에 통로를 만들었고 (준혁의 방), 짧은다리의 역습에서는 땅굴이 있었다.
4) 캐릭터성
https://youtu.be/CzHH46QM2lw?si=K0LBPRo5KvFqwViA
시트콤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극의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진행될 수록 극의 등장인물들의 별명이 늘어날 정도로 확실한 캐릭터들이 부여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역할인 순재는 한편으로는 아들들이나 손자들, 손자의 친구들인 객식구들과도 허물없이 소통하고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는 와중에 에피소드에서 부여된 캐릭터에 따라 야동순재, 할배탐정, 순재도련님등 끊임없이 기존에 인물이 가지고 있던 설정에 캐릭터가 하나둘씩 부여되어 풍부해진다.
이외에도 애교문희, 꽈당민정, 까칠민용, 식신준하, 하숙범, 카리스마민호, 멍청유미, 오광신지 등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할에 하나둘씩 별명으로 치환되는 인물의 성격같은 캐릭터성이 더해져 풍부하게 만들고 보는이로 하여금 깊이 공감하게 한다.
특히, 감독의 이전작들에서도 많이 보여준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착하고 나쁜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내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순풍산부인과의 영규가 어찌보면 굉장히 얄미운 캐릭터긴 하지만 가족안에서는 아내를 사랑하고 미달이와 잘 놀아주는 것처럼.)
5)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속의 유기적인 관계들
이제는 1인가구의 수가 4인가구의 2배가 되어, 핵가족화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이렇게 3대가 모여사는 집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어찌보면 소중하다. 물론 여기에는 가부장적이긴 하지만 소통하고 잘지내려고 노력하는 순재같은 아버지가 있어야 가능한일이겠지만, 3대가 모여산다고 하면 일단 고단해 보이기만 하는게 사실이다.
유일한 내기바둑친구이자, 주식투자상담가로 아버지가 고객과 손님사이이기도 한 아버지인 순재와 첫째 준하의 관계 /
어찌보면 가장 어려울 수 있지만 서로의 욕을 하는지 염탐하고, 무시당하기도 하고, 끔찍하게 서로를 위하기도 하는 문희와 첫째 며느리인 해미의 관계 / 형제라서 우애는 있지만 항상 티격태격하는 윤호와 민호 / 서로에게 약간은 자격지심이 있는 첫째며느리 해미와 둘째며느리 신지 / 베스트 프렌즈 민호와 범 / 앙숙이고 사사건건 부딪히는 형수 해미와 삼촌 민용 그리고 때때로 협력하는 (?) 유닛같은 관계들.
이렇게 각자 생활속에서 자신만으로 살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사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그 관계속에서 각자 나의 역할과 캐릭터가 부여되고 형성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부분이 굉장히 흥미롭고 좋았던 부분인데, 특히 이렇게 서로서로 따로 또 같이 이때는 이사람과 유닛처럼 지내기도 하고, 또 어느때는 이사람과 유닛처럼 지내기도 하는 모습을 극중에서 볼 수 있고 이부분들이 내밀하게 관찰되고 담겨있어 상당히 공감을 했다.
https://youtu.be/FnQuCHPIe-w?si=e7BpjuJ6WZy4kXsD
예를 들면 해미와 민용은 평소에는 정말 매번 티격태격 할 정도로 앙숙인 관계이지만, 둘이 힘을 합해야 할 때는 또 누구보다 잘 맞는다.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강도를 만났던 에피가 그렇다. 또 해미와 신지는 서로에게 자격지심이 있는데 특히 작곡가로 성공 못하고 있는 신지를 인정해주지 않는것 같은 해미에게 화가나서 찾아갔을때 해미가 건네는 스크랩북을 보고 신지가 감동하고, 민정과는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지만 해미에게는 극한 반응을 보이는 이런 모습들이 우리의 생활모습을 보는것 같았다. 우리도 사회속에서 관계를 맺고 누군가와는 잘 지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이유없이 싫기도 하고 싫어도 또 잘지내야 하기도 하고 뭐 그런 입체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어떤 인간의 군상들의 입체적인 모습이 반영되어 있고 너무 잘 표현한 시트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작품을 나의 기준으로 평가를 해보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명작이고 아마 계속 재탕을 할 거같은 작품이라 한번쯤은 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이 기회로 정리를 하게 되어 속시원한 기분도 든다.
혹시, 일상이 너무 재미없고 가족의 사랑이, 시끌벅적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시트콤을 꼭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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