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나의 민원인에게 : 브리츠스피커

기로송 2024. 1. 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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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과 처리

혼자 살면서 뭐든지 혼자 처리하는데는 이골이 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뭔가가 고장나고 삐그덕 거리는 느낌을 받으면 하루종일 그것 때문에 일이 손에 안잡힘.
나만 그런거임?


출근하기 전에 애들 들으라고 음악을 항상 틀어놓고 나오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재생 누름쇠를 누르려다

 

문득 오늘은 '바다가 들린다' 오스트가 좋을거 같아서 그걸 틀으려고 열림 누름쇠를 누르는데
안열리는 거임. 계속 모터돌아가는 소리만 들리고, 그래서 씨디롬 문을 눌러보기도 하다가 열림 누름쇠를
마구 눌렀더니 갑자기 오픈과 클로즈드가 번갈아 뜨면서 지혼자 난리를 치며 모터소리만 커지는 거임

너무 당황해서 다시 막 눌렀는데도 안되서 코드자체를 뺐다 껴봄.

조금 후에 다시 코드를 꼈는데 전원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또 이놈의 모터혼자 마구 돌고 있는거임.
이럼 안되지만 사랑의 매 몇대를 갈겨주고, 본체를 들어서 좀 흔들었음.

그랬더니 드디어 씨디롬 문이 열리고 내가 아끼는 '사운드 오브 뮤직' 오스트 씨디를 토해냈음.

그것까지는 다행이였으나, 전원을 꼽는 순간 다시 그놈의 모터를 돌리기 시작하는 거임...
어쩔수 없이 출근은 해야하니 전원을 빼놓고 집을 나서야 했음.

(뭐가 문제였지를 아무래도 생각할게 아님? 그래서 호두가 그쪽을 가끔 깔짝거린다는 걸 생각해내고
호두에게 모든 원망을 가하려다, 생각해보니 호두가 그걸 들어서 마구 흔들어야 그정도 고장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나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려보니 나도 씨디롬을 그렇게 심하게 놀린적이 없음.
최근에도 자주 씨디를 갈아서 듣지 않았기 때문에...결국 그냥 운빨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음)



요즘 우리 동네 구간에서 버스가 한구간을 벗어날때 30분씩 걸려서 일찍 일어났는데..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원망을 머리속으로 늘어놓다가 현실적인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음. 물론 아침에도 그 정신없는 와중에


브리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긴 했었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AS 접수를 할 수 있어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인터넷에 나의 망할 스피커 BZ-T7500, 고장, cd 불량 등을 검색해보았지만


역시 없어서 포기하고 AS 접수를 하고, 전화상담을 받아보기로 함.

어떤 글에서 내 스피커와는 다르지만 브리츠 스피커에 대한 AS 처리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있어 도움이 되었음.

 

상담과정

 

 

다행히 상담전화는 금방 연결이 되었고, 나의 망할 스피커 BZ-T7500의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음.
상담하시는 분도 내가 올린 AS글을 봤는지 이 증상은 이러이러해서 그런것 같으며, 자세한 건 봐야 알겠고
보내주면 나의 망할 스피커 T7500을 잘 수리해서 보내주겠다 했음. 일정은 대략 2주정도 소요된다고 했음.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은 찾았으나, 아직 그 망할 T7500을 배송하기 위해
그놈을 들고 사무실에 와서 완충제를 돌돌말고 상자를 고르고 우체국에 가서 발송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찜찜한 기분임. 아마 이 찜찜한 기분은 나의 망할 T7500이 다시 돌아와서 

씨디를 돌려야 끝날거 같긴 함.

후기는 추후에 다시 남기기로 하겠음.





-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그동안의 혼자 살며 혼자 해결해야 했던
수많은 망할 민원인들이 떠올랐음.


작은 원룸에 살때의 그 작고 소리만 크고 항상 냉동실이 성애로 가득한 냉장고

 

원룸 현관의 작고 소중하고 지 자리를 모르고 떨어져 나온 현관등

 

당산 살때 작고 전혀 소중하진 않았지만 꼭 필요한 세면대

 

갑자기 들어오지 않고 픽 꺼져버려 온 집안을 암흑에 휩싸이게 했던 형광등

그 친구 잘못이 아닌데 게임에서 져서 화풀이 대상으로 화를 풀었던 내 스위치..

이것들 말고도 살면서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꼭 필요한 말이 없는 민원인들이

 

생각나면서 예전에 즐겨본 대장금까지 생각날 지경에 이르렀음.



대장금에서도 장금이가 그 50부작 내내 매회 미션을 수행하듯 고초를 겪음.

요리를 준비해야하는데 중요한 재료인 밀가루가 없어진다거나.

다시 구할수도 없어서 장금이에겐 전화위복이 되었지만.

요리를 해야하는데 미각을 잃게 되어 다시 찾기위해 고군분투를 해야한다거나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에 갇히거나, 미워하는 사람도 왜 그리 많았던건지

매번 누군가에게 나쁜 음모를 당해 그 나쁜 음모까지 이겨내야 했음.

물론 위에 말했듯이 장금이에게 그런 미션들은 그저 묵묵히 수행해서 이겨내면

그에 따른 보상들이 있었고, 그런 위기때마다 장금이를 강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긴함.



근데 그건 장금이고...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어쨌든 이제 해결방법을 알았고 수행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이니

너무 안으로 생각하지 말고 할수 있는것을 하면 될것임.



앞으로도 내 삶의 또 이런 작고 없으면 안될 존재들이 나에게

말도 없이 여러가지 민원을 발생시킬 거라는건 자명하지 않겠음?





이미 답은 알고 있고 하고 있지만 한번 푸념을 늘어놔봤음.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됨.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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